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노골적이고 불편한 유머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 낄낄대게 만드는 재치 만점 사회 풍자극이다. 핑퐁 치듯 주고받는 대사는 호화 크루즈선의 바닥만큼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다. 돈이 썩어나거나,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거나, 혐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로 배에 오른 각양각색 인물들의 뻔뻔하도록 뻔한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토할 듯한 가운데(은유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두 바보가 자본주의에 대한 경구를 주고받는 장면엔 알코올 냄새가 진동한다. 그런 까닭에, 마침내 배가 뒤집히고 서열이 전복되는 순간의 쾌감은 폭발적이다. 루벤 외스틀룬드의 무르익은 연출 솜씨는 엉망진창으로 보이지만 사실 정교하게 직조된 세계를 창조해, 무의식적인 웃음을 터트림과 동시에 의식적인 사고를 이끌어낸다. 힌트를 드리자면, 제목의 뜻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밝혀지지만 결말에 이르면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박가언/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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