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시 읽는 시간 Time to Read Poems, 2016

영화

by 애니메이터 2021. 3. 16. 23:53

본문

반응형

 

당신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만나다 

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사람들,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불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카메라 앞에서 들려주는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시를 읽는 것 같다.
고단한 직장생활에 대해 약을 먹으며 버텨야 할지를 고민하는 30대 여성,
선택을 생각할 틈도 없이 기계처럼 일했지만 해고자 신세가 된 노동자,
20년 넘게 안정된 직장을 다니지만 알 수 없는 죄의식으로 공황 장애를 앓은 50대 남자,
불안한 현실보다는 게임 속 세상에서 안정을 찾는 남자,
자신이 겪은 혐오와 차별을 모든 약자의 고통과 동일시하는 여성까지.
이들은 각자 다른 처지이지만 불확실과 비참한 현실 앞에 선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 프롤로그 ]

시가 없으면 휴대폰 속 게임 속 같은 세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요
1+1은 2밖에 안되고, 
내가 배부르려면 남의 것을 빼앗아야 되고, 
하지만 시는 “그런게 전부가 아니거든”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이러한 생각을 좀 해봐, 
네가 모르는 세계가 있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세계가 있고. 
내가 머리 굴려서 사는게 아니라, 
시가 나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
내 입으로 시가 살아서 나오는 것처럼, 
나는 어떤 도구이고, 
시가 주인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 등장인물 안태형의 대사 中 




[ 등장인물 ] 

오하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답답함과 숨막힘 속에서 신경안정제를 먹느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느냐 고민했던 30대 여성 
김수덕
한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용케 버티며 일하고 있지만 무언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며 공황장애를 앓는 중년 남자

안태형
결혼도, 아버지가 될 자신도 없었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임재춘
열심히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고 졸지에 해고노동자가 된 아버지

하마무
여성에 대한 차별, 세상의 비참함에 저항하며 불완전한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여성 


[ Director’s Statement ] 

자본의 시간은 끊임없이 인간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세계의 비참 속에서 자신의 고통은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감히 입 밖으로 말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말문을 열고, 이 세상에 자신이 설 자리는 주어지지 않거나, 박탈된 지 오래되어서 이제 많은 것들에 무감각해진 사람의 잊었던 감각을 되살리고 싶었다. 무의미한 삶, 허무와 절망뿐인 세상이 아닌,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의 힘을 빌리기로 작정했다. 시는 고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가장 진실한 언어이며 기도이자 노래이기 때문이다. 




[ ABOUT MOVIE ] 

시 읽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영화에서 다섯 명의 인물과 마주한다. 내 주변의 친구일 수 있고 아버지, 혹은 동료일 수 있는 평범한 사람, 뭐 잘나거나 특별한 게 없어서 영화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본 사람, 지극히 평범해 보여서 겉으로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 사람. 이들은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아 자신의 언어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보이지 않았던 어떤 이의 내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려 할 때에만 들리고 보이는 시 같은 영화다. 바삐 달리거나 생활의 흐름 속에 있을 때 미처 나누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관성의 움직임을 멈추고 내 주변의 사람을 마주볼 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처 발화하지 못했던 시간들...그것은 무엇인가?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부는 시를 읽지 않는 시간의 이야기이며, 후반부는 말 그대로 시를 읽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시간에 사람들은 일을 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거나 불안하고 우울하다. 현재도 그렇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도 끝이 없다. 
인물들은 먼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각자 자신의 언어로 조근조근 말해준다. 
출판사에 다니고 있던 30대 초반의 여성은 직장 생활의 힘겨움으로 신경안정제까지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녀는 고민한다. 약을 먹고 일을 계속하며 버틸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2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해 온 50대 후반의 남성은 직원들의 위치란 바둑알 같아서 그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놓여지는 대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는 자리에서 일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밥벌이의 중요함을 알고 있기에 한 번도 직장을 그만둬볼 생각은 하지 못하던 그는 어느 날 불쑥 공황장애를 겪는다. 이유도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을 앓으며 그는 그것이 죄책감 때문일까 자문해본다. 
한편 애써 노력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배고픔을 감수하고 게으르게 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게임 중독에 빠져있다. 그는 현실에선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데 게임 속 세상에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데에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가벼운 연애만 즐기던 생활을 청산하고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며 변화를 겪게 된다. 
공장의 노동자로 열심히 일하며 안정된 노후를 꿈꾸었던 50대 남자, 그는 자신의 꿈이 배반된 채 해고자 신세가 되어 거리의 천막에서 10년 넘게 농성 중이다.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외부와 단절된 채 노동자로만 살아오던 시간이 뒤틀려버리자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자본의 노예가 되어 기계처럼 일만 하고 살아왔던 시간... 
여성의 몸이기에 겪는 차별과 혐오를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한국에 사는 일본 여성. 그녀는 스스로를 ‘살아있는 쓰레기’로 바라보며 자신이 겪는 고통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이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각자 떨어져 있지만 어느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는 다섯 명의 주인공.. 
그들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시를 읽게 되지만, 시를 읽는 시간은 변화가 생겨나는 시간이다. 
그것은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의 이동이며 다른 감각의 발견이다.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표현을 하는 이들이지만 타자의 언어를 번역하고 기꺼이 들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는 낯선 타자의 언어에 가 닿을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죄책감, 오늘 나는, 살아있는 쓰레기, 자유. 
라는 시를 읽는다. 


불확실과 불안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
9.11 이후 미국에서는 이메일로 시를 보내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4.16 이후,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2021년 3월 현재에도 불확실과 불안 속에서 시가 소비되고 있다. 
한국처럼 시를 쓰겠다는 사람이 많고, 해마다 시집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도 드물다. 
여기저기 시 낭독모임이 있고, 시집도 제법 잘 팔리는 편이다. 
하지만 세상은 시를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지금 비록 시를 읽고 있지는 않지만 
시와 관련한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의 관객일 것이다. 
시는 이 영화의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제1의 에이전트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사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기 자신과 내면의 불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각자 카메라 앞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시를 읽는 것 같다.

<출처 : 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6524 >

 

반응형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스텔라 Super Nova, 2020  (0) 2021.03.16
아이카 My Little One, Ayka, 2018  (0) 2021.03.16
태극기 휘날리며 Taegukgi, 2004  (0) 2021.03.16
트웬티 해커 2021  (0) 2021.03.15
더 박스 The Box, 2020  (0) 2021.03.1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