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하나하나에 우리들의 기억이 담겨 있어요”
부산의 어느 좁은 골목 끝에는 작은 극장이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다.
극장의 빛을 기록하고 영화를 상영해온 이들의 하루는
어제와 같이 오늘도 조용히 흘러간다.
10년간 지켜온 극장의 마지막 날을 앞둔 이들의 얼굴엔 피로가 내려앉았다.
소중한 공간과의 이별을 앞두고
영화는 이 곳과 사정이 다르지 않은 극장으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국도예술관은 해운대 요트경기장에 있었던 시네마테크부산(현재는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과 남포동의 아트씨어터 씨앤씨와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독립예술영화관 중 한 곳이다. 2004년 남포동에서 개관했다가 2008년 대연동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 10년간 부산을 비롯한 경남 일대 씨네필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곳이다. 건물주의 재계약 거부 통보에 따라 이 극장은 지난 1월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영화 <라스트 씬>은 바로 이 국도예술관의 마지막 한 달을 기록하고 있다. 극장을 지켜온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그러했듯이 담담히 마지막 날을 준비하고, 이 공간을 아끼고 사랑했던 관객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풀어 놓는다. 여기에 비슷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서울과 강릉과 광주의 독립영화관들 이야기가 겹치며 오늘날 극장은 무엇이고, 문화를 나눈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반추하게 된다. 소중한 공간과의 이별 앞에서 지난 정권의 잘못된 문화정책이 떠오르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허경)
연출의도
<라스트 씬>은 득달같이 내달리는 삶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영화다. 국도예술관을 중심으로 기록된 지역 극장의 모습과 영화를 애정 하는 관객이 만드는 공기는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며 영화와 극장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동시에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의 가치를 톺아본다. 이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작은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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